1. 올더스 헉슬리, 행복과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저자 올더스 헉슬리는 1894년 영국 서리 지방 고달밍에서 태어나 이틀 칼리지와 옥스포드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는 광범위한 지식과 뛰어나고 예리한 지성, 예리한 문체에 때로는 오만하고 냉소적인 유머감각으로 유명한 소설가이자 비평가입니다. 다양한 방면의 저술활동으로 유명한 헉슬리는 20세기 관념소설의 큰 줄기를 이루었으며, 소설 외에도 수필, 전기, 희곡, 시 등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는 활동 후반기에 미국에 정착해 살다가 1963년 캘리포니아에서 사망했습니다.
이 책은 그가 1932년 발표한 작품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미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그가 그려낸 미래 세계에서 사람들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의 다섯 계급으로 나뉘어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량생산됩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세뇌로 각자의 신분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정해진 노동시간을 끝내면 자극적이며 단순한 오락들로 채워진 시간을 보냅니다. 항상 소마(SOMA)라는 약을 복용하며 환각과 쾌락을 느껴서 누구도 불만이 없고, 만인은 만인의 소유이며 심지어 죽음도 무의미한 세계가 이 작품의 배경입니다. 이 완벽한 유토피아에 어떤 야만인이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2. 선정 이유 - 코로나19로 재조명 받는 책
앞서 투명사회 리뷰에서 언급했듯, 이 책 또한 코로나19 이후 재조명 받고 있는 책입니다. 코로나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가 개인을 통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이런 추세에 반감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은 늘 있어왔으나, 코로나19는 아마도 대다수의 현세대 사람들이 겪은 첫 대형 전염병이기 때문에, 모두들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이 고통스런 기간이 가져올 변화들에 대한 두려움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려움이 사람들의 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요즘, 한병철의 투명사회, 조지 오웰의 1984와 이 책은 모두 사회의 극단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이를 비판하는 책들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를 미리 상상해본다'는 마음으로 다시금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얼마전부터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는 개념인 소마(SOMA)가 욜로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3. 감상평 - 묘하게 우리가 사는 시대와 닮아있는 신세계, 우연일까?
이 책에 등장하는 사회는, 얼핏보면 단순한 유토피아 구조이지만, 사실 그 유토피아적 요소들은 결국 한 사회와 개인들의 자유를 통제하는 전체주의 사회의 면모를 보입니다. 결국 개인의 자유가 말살되고 통제되는 사회의 모습이어서, 실상은 디스토피아라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과학기술은 모든 자연과 인간을 통제하게 되고, 인간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소수 계층에 의한 전체주의적 통제로 이어지게 되며, 과학과 기술이 이런 통제에 있어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합니다.
멋진 신세계가 그려내는 신세계에서는 사회의 안정을 위해 모든 인간은 태아일 때 계급이 정해지며 그들의 역할과 의식은 모두 훈련됩니다. 그들은 감각 영화와 소마를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언뜻 보면 모두 행복해 보이나 이것까지도 모두 사회의 안정과 통제를 위한 것이 불과합니다.
멋진 신세계의 배경은 2500년경 영국인데, 이 세계에서는 인공수정으로 한번에 96개의 일란성 쌍둥이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수정된 수정란의 질에 따라 신분이 나뉘게 됩니다. 신분은 5계급인데, 각 계급에 맞는 서로 다른 지능과 체격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수와 질을 조정하여 필요한 만큼만 인간을 생산하게 되며, 그 방법은 배양과정에서 뇌에 공급하는 산소의 양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즉 최상의 품질인 알파 계층의 경우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고, 그 다음 단계부터는 일정량 산소를 제한하는 식입니다. 그들은 늙지 않으며 소마라는 약을 복용하면서 행복감에 젖어 일상을 즐깁니다.
이야기는 최고층 알파계급의 인물 버나드 마르크스가 야만인 보호구역에 들어가게 되면서 진행되는데, 야만인 보호구역은 저자가 말하는 신세계가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방식을 고수하는 세계의 사람들이 사는 사회를 말합니다. 신세계 사람들은 야만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열등하게 취급하는데,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신세계 최고층 사람을 아버지로 둔 존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탑니다.
존은 신세계를 동경하고 있으며, 야만인 보호구역에서도 소외받고 있는 인물인데, 결국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버나드를 따라 신세계로 가게 되지만 적응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는 통제되는 사회에 혐오를 느끼고 진정한 인간성을 찾아 나서는데, 이야기는 신세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추방당하고 그 중 존도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면서 끝이 납니다.
저자가 그리는 신세계는 묘하게도 현대사회와 닮아 있습니다. 생명공학을 통해 인간의 계급을 나누는 모습은 어쩌면 우생학에 기초해 인종간 계급을 나누어 특정 인종을 차별했던 역사를 떠오르게 하며, 우리와 조금 다른 문화를 가졌으면 열등하고 야만적으로 취급하는 우리들의 세태도 그 근거입니다. 저자는 인간존재의 특성을 묻는 오래된 논의인 본성-양육의 틀을 깨고, 본성과 양육, 즉 유전과 환경 양편을 전부 지배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통제사회와 같이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인간으로서 존재 의의, 행복과 정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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