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학자 한병철이 경고하는 미래사회에 대한 우려
저자 한병철은 고려대학교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독일에서 철학, 독일 문학, 카톨릭 신학을 공부했슨비다. 1994년 하이데거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0년에는 스위스 바젤 대학에서 데리다에 관한 논문으로 교수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독일 및 스위스의 여러 대학에서 강연했으며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작품 활동으로, '피로사회', '투명사회'등이 독일에서 커다란 반응을 일으키며 가장 주목받는 문화비평가로 자리잡습니다. 또 한국에서도 2012년 소개되어 주요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주목을 받습니다. 이 밖에도 '시간의 향기', '권력이란 무엇인가', '에로스의 종말' 등 여러권을 집필 했습니다.
2. 선정 이유 - 코로나 팬데믹과 통제사회에 대한 불안
투명사회는 코로나19 이후 다시 주목받게 된 책입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되어 언급되는 도서들에는 페스트, 투명사회, 멋진 신세계, 조지오웰의 1984 등이 있습니다.
'페스트'는 현재 우리가 겪는 고통과 너무 닮아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어 공감이 되고, '조지오웰의 1984'는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빅브라더 형태로 등장하여 코로나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개인정보 이슈와 관련되는 책입니다. '멋진 신세계' 속 세계는 유토피아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1984와 같이 실상은 디스토피아를 그려내고 있는데, 풍족하지만 획일화된 사회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책들이 코로나19 이후 연관도서로 언급되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코로나로 인한 극심한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고 두려워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다소 어렵지만, 오늘날 중요한 화두인 '투명성'의 가치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개인정보와 투명성의 가치가 상충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하여 선정하였습니다.
3. 감상평 - 대응도 '알아야' 할 수 있다
저자는 총 8개의 투명사회의 하부사회 케이스들을 보여주며 투명성의 위험성을 변증법적으로 주장합니다. 오늘날 투명이라는 용어는 굉장히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인데, 현대사회의 진보적 개념에 있어 결코 빠지지 않는 핵심어휘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체제를 불투명이라는 이유로 비판하고,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서로 소통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관계성이 회복되는 '투명사회'라고 하는 것은 익숙하게 들어본 논리입니다. 저자는 이런 투명이라는 단어가 역설적으로 얼마나 위험한 단어인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책의 소목차는 긍정사회-전시사회-명백사회-포르노사회-가속사회-친밀사회-종보사회-폭로사회-통제사회 순으로 되어 있는데,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투명사회의 투명성에 대한 비판은 마지막 통제사회를 통해 정리가 됩니다. 사실 하부사회 케이스들을 읽으며 생소한 용어와 난해한 표현들에 약간 질렸으나, 집중해서 읽은 결과 다행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맥락 파악에는 성공했습니다.
오늘의 통제사회는 특수한 파놉티콘적 구조를 보여주는데, 서로 격리되고 고립되어 있는 벤담식 파놉티콘의 수감자들과 반대로 현대 통제사회의 주민들은 네트워크화 되어 서로 '맹렬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고립을 통한 고독이 아니라 과도한 커뮤니케이션이 투명성을 보장합니다. 디지털 파놉티콘의 특수성은 무엇보다도 그 속의 주민들 스스로가 자기를 전시하고 노출함으로써, 파놉티콘의 건설과 유지에 능동적으로 기여한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를 파놉티콘적 시장에 전시하는데, 포르노적 과시와 파놉티콘적 통제가 서로를 넘나듭니다.
노출증과 관음증이 디지털 파놉티콘인 인터넷을 살찌우며 주체가 외적인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가발전적인 욕구에 의해 스스로 노출할 때, 즉 자신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을 잃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그것을 버젓이 드러내놓고자 하는 욕망에 밀려날때 비로소 통제사회는 완성됩니다.
저자는 사회의 도덕적 기반이 취약해지며, 진실성과 정직성 같은 도덕적 가치가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바로 투명성의 과다현상에 있다고 말합니다.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 투명성은 강제적으로 요구되는데, 투명사회에서는 진정한 공동체는 형성될 수 없으며, 오직 공동의 관심이나 상표만을 추구하는 에고의 집합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오늘날 전세계가 외부가 없는 거대한 파놉티콘화 되어가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구글과 SNS역시 파놉티콘적 형태를 취하가며 자유를 빙자하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거대한 감시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추세는 우리 주변의 IoT 기기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과, 그 배경에는 구글과 같은 대기업이 있다는 것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발적인 파놉티콘적 시선에 스스로를 맡긴 사람들이며, 지금도 열렬히 디지털 파놉티콘 건설에 동참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심오하게 느껴지고 어렵지만, 현대 사회의 민낯을 제대로 들여다볼 의지가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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