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마오카 소하치, 평화에의 꿈을 멋지게 그려내는데 성공하다
저자 야마오카 소하치는 1907년 1월 11일 니가타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1936년부터 잡지에 단편을 발표하면서 집필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1938년엔 선데이 마이니치 대중 문예에 입선했습니다. 태평양전쟁 중엔 종군 작가로 활동하며 '미타테' 등의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1942년에는 '잠수함 동승기' 등의 종군기들로 야마 문예 장려상을 수상하였고, 1950년부터 '도쿠가와 이에야스' 출간을 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됩니다. 다른 주요 작품으로는 '치바 슈사쿠', '미토 코몬',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카모토 료마' 등이 있으며 '봄의 언덕길'은 NHK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이 책은 1950년 3월부터 1967년 7월까지, 17년간 '훗카이도 신문' 등 각 종 신문에 4,725회에 걸쳐 연재된 작품입니다. 200자 원고지 기준 5만 매 가량으로 단일 작품으로는 최대 규모이며, 이는 삼국지연의 등의 대하소설을 능가합니다. 저자는 분열과 싸움으로 점철된 센고쿠 시대를 평정하고 평화의 시대를 연 여러 인간성의 조건과 역사 사건들을 깊이 있게 파헤쳐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역사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저자 스스로 '이상 소설'이라 평할 만큼, 인간성의 이상과 평화에의 꿈을 집요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신문 연재 중에도 3천만 부가 팔렸으며, 책을 출간한 출판사인 고단샤에서도 정확한 총 발행 부수를 계산하지 못하고 약 1억 수천만 부로 추정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 역사상 최대 흥행작입니다. 또 일본의 정신, 문화, 역사, 국민성까지도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는 일본 역사상 최고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 선정 이유 - 삼국연의 이후 역사소설에 대한 갈증
다른 책 서평에서도 몇 번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 역사를 기반으로 한 책들을 즐겨 읽는 편입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분들의 대부분이 그렇듯, 저도 '삼국연의'를 통해 이런 취향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 때는 '왜 우리나라에는 삼국지 같은 멋진 역사소설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도 가졌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삼국지와 삼국지 게임(KOEI사의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다가, 대학교 1학년 시절 삼국지 정사본을 읽고 나서 제가 아는 삼국지와 현실과의 괴리를 느껴 한동안 역사물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잡지를 통해 기업인들이 추천하는 '대망'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바로 헌책방에 가서 하드커버지에 세로글 형식으로 된 아주 오래된 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세로로 편집된 글은 별로 읽어본 적이 없어 어색했지만, 그런 어색함, 불편함을 잊게 할 정도로 소설의 흡입력이 좋았습니다. 이 후 대망이라는 책이 절판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오게 되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습니다.
이 책은 현실적인 역사물입니다. 삼국지 연의와는 다르게 소위 MSG가 많이 첨가된 소설은 아닙니다. 문체는 담백하지만 인물들이 아주 입체적인 점이 특징이자 매력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읽는 분들 주변 군상들을 소설 속에서 찾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전 일본이라는 나라를 좋아하지 않지만, 감정과 '배울 점이 있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과 '료마가 간다'가 일본 책 중 제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작품이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3. 서평 - 고퀄리티의 역사소설이자 처세 지침서로 손색이 없는 책
이 책의 서평을 블로그에서 짧은 글로 끝낸다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책의 분량과 디테일, 전체적인 퀄리티가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 또한 아주 매력적이어서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주요 인물평전도 따로 올려보겠습니다.
소설 초반에는 이에야스의 어린 시절을 그리는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가문 스토리를 자세하게 묘사합니다. 이에야스가 어린 군주로 여기저기 치이면서 성장하는 과정과, 오다 노부나가를 만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는 아주 몰입도가 높습니다. 전 이 소설을 통해 오다 노부나가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는데, 이에야스에 못지않게 노부나가 또한 일본인들에게 전설적으로 추앙받는 인물입니다.
이에야스도 그렇지만, 노부나가 또한 이마가와 집안과의 관계에서 자립하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미묘한 정치적 관계, 상하관계를 깨뜨리며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흥미진진한 '청춘물'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소 장황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한 국가를 통일하는 과정이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분량도 아닙니다. 이와 달리 전에 리뷰한 정비석의 '초한지'의 경우, 진시황 탄생과 천하통일, 항우와 유방의 초한 전쟁과 통일 과정을 5권으로 압축하다보니, 아주 수준 낮은 소설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역사소설을 읽는 입장에서, 날림식의 요약이 중요한지, 분량이 있지만 퀄리티 있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 중 무엇이 중요한지를 고민한다면, 전 5권짜리 초한지를 보느니, 32권짜리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선택하겠습니다.
너무나 대작(대단한 작품이라는 의미와 대규모 분량의 작품이라는 중의적 의미)을 서평으로 쓰려니 너무 어렵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되시는 분은 '인생 작품'을 하나 접하신다고 생각하고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너무 어리거나 고령인 분들보다는 특히 20~50대 분들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키워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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